섬 생활에서 가장 짜증 나는 일 중의 하나는
한 달에 한 번 휴가 나올 때, 그리고 다시 섬으로 돌아갈 때
교통 수단이 '배' 라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운항할 경우에는 하루 3차례 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 / 3 차례 인천으로 나오는 여객선이 있다.
배가 운항하지 못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안개 (해무) 와 강풍, 풍랑이다.
보통 '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비는 오더라도 배는 잘 뜬다.
섬에서 나올 때야 꽤 불편하더라도 새벽에 일어나서
줄 서면 되지만 ㅜ.ㅜ
휴가가 끝나고 섬으로 돌아가는 경우에는,
새벽 6시부터 일어나서 배가 뜨나 안뜨나 전화해야 하고 - 이 시간대에는 어이 없이 전화 연결도 무지 힘들다. 계속 통화중, 아 짱나 -
배가 '통제' 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한데 : 다음날 가면 된다.
배가 날씨 관계로 인해 '대기' 가 되면 완전 짜증나 버리게 된다.
날씨가 좋아지면 갑자기 떠 버리니까 말이다.
배가 뜨는지 안뜨는지 계속 전화하고, 아침 8시 배가 9시로 되고, 9시 배가 10시로 되고, 10시에는 갑자기 가버린다. 그리고 한 시간 쯤 전에, '아마 갈 것 같다' 라는 말만 해주어도 좋은데 그런 것 없다.
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 회사에 전화를 하면 그 직원들도 같은 내용의 전화 받느라 짜증 나겠지만
그래도 불친절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틱틱 거리고 받는다)
지금 상황에 진정 짜증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착각하게 만들 정도이다.
게다가 여름에 관광객이 많다고 배가 만선이라 절대 태워 주지 않고,
현재 근무지는 보건 복지 가족부 (이름 길다. 도데체 무슨 일을 하는거냐) 장관이 지정한 '근무지 이탈 금지지역' 인데,
여객선 회사는
내 휴가가 끝나건 말건
똥줄이 타건 말건
전혀 배려해 주지 않는다.
이날도 그랬다.
오후에 섬에 가는 배는 '통제' 되었고
오전 배로 가야 하는 상황인데
8시 대기- 9시 대기- 하다가 10시에 갑자기 휙 가버렸다.
'하나'도 모셔가야 하고
'하나' 짐도 많은데 - 밥/물통, 배변판, 배변패드, 사료, 장난감, 간식, 쿠션
짐도 다 쌌는데,
섬이 안개 많이 끼고 날씨 안 좋다는데
내일도 아마 오늘과 같은 상황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고민고민 하다가
화물선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아아
'미래해운' 화물선 회사가 여객선도 했으면 좋겠다.
어찌나 친절들하고 friendly한지 완전 감동이다.
꼭 태워드릴테니 여섯시까지 부두로 나오시라는 그 말이
여객선 회사의 여직원의 어이없는 말투와 불친절에 하루종일 속썩은 나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하나'는 종이 박스에
그리고 '하나의 짐'은 선풍기 박스에 넣어서 부두로 나가서 무사히 배를 탔다.
개인 화물 (차량)이 없는 일반인은 원칙적으로 못타게 되어있다.
TV도 크고, LCD TV에 에어콘도 있고 바닥도 깨끗하다.
의자가 아니라 바닥에 앉아서 TV보다가
훈련소에서 쓰는 것과 같은 모양의 3각 매트를 펴고
담요를 덮고 자면 된다.
화물차 기사님들 일곱 분과 함께 탔다.
07월10일 오후 6시에 인천에서 배가 출발하여
07월11일 오전 6시에 대청도에 배가 도착하였다.
백령도 까지는 13시간이 걸린다. ㄷㄷㄷㄷ
그렇지만 배가 느리게 가는 대신에
밤에 매트에 누워서 잠자면서 가면 되고
배가 무거워서 왠만한 파도에 잘 흔들리지 않고
의외로 조용하다.
선원 분들도 friendly 하다. ^^
해무 낀 대청도의 선진포 항구와 불 켜진 집들
배가 꽤 크다.
트레일러가 장난감 차 크기로 보인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과
멀리 보이는 북한 땅
그리고 낮게 깔린 구름들
대박의 꿈을 안고 일찍 출항한 배 (어선인 것 같다)
새벽부터 바쁜 해경정 (해상경찰)
드디어 백령도 도착~
"여기가 워디여? 시원하구만~"
박스에 군데군데 뚫어준 숨구멍을 찢고 나온 하나.
새로운 보금자리에 도착~!!!
파워 에이드 마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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