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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茶飯事/2008 백령도

20081019 일상으로의 복귀

살아 있다는 것
숨을 쉰다는 것
그리고 두 팔과 두 다리가 무사히 붙어있고 움직인다는 것
두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지긋지긋 하도록 반복되던 일상이었지만
한 순간의 사고는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에게 일깨워 주었다.

2008년08월17일 오후9시의 사고

악천후로 인해 섬에서 고립

2008년08월19일 헬기로 후송, 그리고 영동세브란스 입원

2008년08월20일 1차 수술

2008년08월28일 2차 수술

그리고 입원과 간단한 재활 치료, 치과 치료, Bed-ridden의 지속

2008년09월20일 병가 사용의 종료로 쫓기듯 ;;;; 퇴원

2008년09월21일 섬으로 복귀

2008년09월22일 진료 다시 시작


혼자서는 ambulation 불가능한 상황이 아직 계속되지만,
다행히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곳 백령도의 동료들의 도움 속에
나의 회복과 일상으로의 복귀는 순조롭게 '현재 진행형'이다.

20080926 병원 회식, POD #37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무릎을 원하는 만큼 못 구부려 본 적도 없고
움직이면서 무릎이 아팠던 적도 없고
야유회에서 단체 게임할 때를 빼놓고는 일부러 깽깽이 걸음을 한적도 없는데

이 때만 해도 깽깽이는 커녕
뒤에 세워 둔 Walker를 이용해 조금씩 걸을 정도이었다.
고깃집에서의 회식 분위기에 해가 안되도록, 구석에 앉아서 불편한 다리를 쭉 뻗었다.

오른팔 기부스
Forearm에 30cm 조금 안되는 길이로 감겨 있는데
주 목적은 손가락뼈를 못움직이게 고정하는 것이었다.

수술을 해주신 나의 주치의, 강호정 교수님이 쓰신 수술날짜가 보인다.
수술 후 7주간 고정하고 있었는데
기부스로 인한 불편함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고,
다친 부위가 오른쪽이라 글씨 쓰고, 인터넷 하고(키보드/마우스), 밥먹고 하는 일이
모두 왼쪽으로 바뀐 것이 가장 고역이었다.

아직도 키보드는 왼손 독수리 위주로 하고, 마우스도 왼손으로 한다.



20081008 손 기부스 제거, POD #49
7주간의 고정이 끝나고 드디어 기부스에서 해방되었다.
기부스를 떼내고 나서 찍은 손 x-ray
Scaphoid bone fracture, lunate dislocation 이었는데
불유합이 흔한 부분이라고 해서 걱정도 많이 되었지만

다행히 뼈는 잘 붙고 있다.
Scaphoid의 저 핀은 평생 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Ulna 의 styloid fracture도 함께 있는데,
이건 이대로 그냥 살아야 할 듯

잘 모르고 있었고, 뭐 다친 이후인 지금도 여전히 잘 모르겠는데
정형외과에서 Hand 영역은 너무 specific한 부분이라
내 손 x-ray 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7주간 기부스를 했으니
기부스를 깨면 손이 많이 더러워졌을 것이라고 했는데
의외로 더럽지는 않고
올해 초에 훈련소와 여행에서 까많게 탔던 피부가 덜 벗겨진 것이 많았다.

손바닥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고, 수술 흔적도 남았다.

물이라도 좀 뿌릴까?
손이 어서 자라야 할텐데 ㅋㅋㅋ



20081015 지석이 생일파티, POD #56
지석이 생일에 백령도에 있는 공보의들이 다 모였다.
나를 포함한 병원 공보의 5명과
보건 지소 치과 공보의, 한의사 공보의

만호가 후송나갔다가 파리바게트 케잌을 사오고
피자와 치킨을 시키고

만두, 떡볶이, 피자빵을 만들어서

초등학생 생일 잔치 하듯 노래를 틀고
촛불을 끄고

정신없이들 먹었다. (30분만에 다 먹어치움 ㅋㅋㅋ)


아직 두 발로 걷지는 못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에는 오늘 하루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1주일전, 1주일전을 돌아보면
이제는 꽤 많이 회복된 나를 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아직 글 쓰기는 꽤 답답하다.

손 움직임이 얼렁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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